이 약은 과일과 함께 먹으면 안 돼요!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과일은 언제 먹어도 건강에 좋을 거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과일을 약과 함께 먹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정 약은 과일과 함께 먹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할 과일을 알아보자.




오렌지와 과일주스, 제산제 복용 시 주의

오렌지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항산화, 항알러지, 항염 작용을 하며 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그러나 오렌지주스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약물의 흡수와 이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속 쓰릴 때 먹는 제산제 복용 시 오렌지를 주의해야 한다. 제산제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있는데 오렌지와 함께 먹으면 알루미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 제산제는 위산을 중화해서 위 속의 산도를 낮춘다. 따라서 산도가 높은 과일이나 탄산음료를 피해야 한다. 오렌지를 먹었다면 네 시간 정도의 간격을 주고 약을 먹을 필요가 있다.

가정에 항상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흔한 오렌지나 사과 주스도 위의 산도에 영향을 줘 펙소페다닌 등의 알약 성분 흡수를 방해한다. 특히 알레르기약을 과일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크랜베리, 궤양 치료제와 항응고제 복용 중에는 조심

말려서 먹거나 주스로 많이 먹는 크랜베리는 지용성 비타민, 섬유질, 필수미네랄의 함량이 높고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돼있어 항산화 작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궤양 치료제와 고지혈증, 고혈압, 심부전증 등으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면 크랜베리를 조심해야 한다. 신맛이 강한 크랜베리가 산도를 현저하게 낮춰 약효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자몽, 항우울제·당뇨치료제 등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 유발

자몽의 쓴맛을 대표하는 성분인 나린긴, 나린게린은 약물과 상호작용하는 주요성분이다. 자몽의 쓴맛을 내는 성분들이 약을 분해하는 장내 효소 활동을 억제해 약물 분해가 늦어지는 것이다.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는 고지혈증 환자는 자몽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소장의 특정 효소를 통해 대사가 진행되는데, 자몽의 나린긴 성분이 효소 억제 작용을 일으켜 대사가 저해된다. 심각하게는 횡문근융해증이나 심근병증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디아제팜 등의 항불안제 복용자도 자몽 섭취를 금해야 한다. 자몽이 특정 효소의 대사를 저해해 두통, 설사,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플루복사민 계열의 항우울제는 장에서 특정 효소와 단백질을 통해 대사 배출이 돼야 하는데, 자몽 섭취 시 대사 억제로 인해 배출이 어려워지면서 약물의 흡수가 증가할 수 있다.

초기감기, 알레르기 증상에 자주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도 자몽과 함께 먹게 되면 약물의 생체이용률이 감소한다. 약효가 저하되는 것은 물론, 약물의 간 대사에 방해를 받아 두드러기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여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도 자몽을 조심해야 한다. 하루에 최소 1/4 쪽 이상의 자몽을 섭취할 경우 에스트로겐 호르몬 수치가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성호르몬이 높아져 유방암 발병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유방암 치료 시 자몽 섭취는 금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항암치료제, 당뇨치료제, 발기부전치료제, 통풍 치료제 등 다양한 약물이 자몽의 성분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약효를 저하하고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간 약을 먹는 경우 자몽 섭취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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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