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 수준(AA-,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6월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피치는 “한국의 현재 신용등급은 강한 대외건전성, 경제 회복력, 양호한 재정여력과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도전을 균형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정부의 효과적인 팬데믹 관리, 수출 호조에 따른 강한 경제 회복이 당분간 한국의 신용도를 지지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피치는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전망치는 3.0%다. 이는 지난달 15일 피치가 세계경제전망에서 발표한 전망치와 동일하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지만 백신보급 가속화와 2차 추경 등에 힘입어 소비회복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경제회복, 재정지원 등으로 코로나의 경제 상흔(scarring)은 제한적이겠으나, 빠른 고령화는 중기 성장률을 제약 할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이에 정부는 생산성 제고를 위해 한국판 뉴딜 등 대규모 재정지원을 추진 중이며, 그 효과는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재정과 관련해서는 당초 대비 개선될 전망이나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용상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2차 추경 재원을 추가 세수로 충당하고,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또 국채를 일부 상환함에 따라 중단기 재정지표가 기존 전망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이번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약 2조원 규모의 국가채무를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위험의 향후 전개는 재정지출에 따른 생산성 및 잠재성장률 제고 효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와 관련해서는 최근 한국은행이 통화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기준금리를 올해 1차례, 내년 2차례(각 25bp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저금리, 주택공급 부족 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가계·기업 건전성, 정책대응 등으로 그에 따른 위험은 비교적 잘 억제되고 있고, 대북관계는 교착 상태지만 현재 긴장 수위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규모 순대외채권, 경상흑자 지속,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 견조한 대외건전성이 코로나19 상황 중에도 변함 없이 유지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대한 완충을 제공하고 있다고 짚었다.
기재부는 이번 신용등급 평가에 대해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탈과 강한 회복력에 대한 대외의 신뢰와 긍정적 시각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피치의 등급 발표로 S&P(4.28), 무디스(5.12)에 이어 3대 신평사 모두 올해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변함없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유지했다.
코로나19 이후 피치가 18개 선진국의 등급 또는 전망을 하향조정했고, 하향된 등급·전망이 지금까지 대부분 회복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이번 결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재정건전성, 성장잠재력 확충 등 중기 도전과제에 대한 국제신평사의 높은 관심도 함께 확인됐다. 특히, 고령화 대응을 위한 중기 재정여력 확보 및 재정지출의 잠재성장률 제고 효과 등에 주목하고 있다.
기재부는 “정부는 앞으로도 피치 등 국제신평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우리의 정책대응 및 경제회복 동향 등을 적극 알리는 등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평사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선제적 재정총량관리 노력이 반영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판 뉴딜 2.0 등 혁신전략이 우리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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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