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 도모와 DIY, 전문적인 정비까지 한 번에…자동차 멀티케어 허브 'THE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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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 도모와 DIY, 전문적인 정비까지 한 번에
자동차 멀티케어 허브 'THE SHOP’

자동차 보관소라고 하면 차만 빼곡히 들어찬 주차장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시애틀 도심에 자리 잡고 있는 더숍은 마치 펍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세련된 외관을 자랑한다. 아울러 자동차 보관은 물론 정비와 디테일 숍, 클래식카 보관과 커뮤니케이션 장소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기 힘든 자동차를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데 중점을 둔 자동차 멀티케어 허브다.

일반 회원용 보관소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차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동차 보관 서비스 업체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차들? 도심에서 떨어진 야외주차장에 빼곡히 방치되어 있는 모습? 자동차 보관 서비스라면 장기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임시 보관을 맡기는 개념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 대 이상 자동차를 소유한 자동차 애호가/컬렉터들에게 이런 보관방법은 주차 서비스 이상의 의미는 없다. 손쉬운 접근성과 자동차 보관에 특화된 관리, 드라이버 중심의 커뮤니티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단순 주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로비에 전시된 RAI 스캐럽 레이스카가 눈길을 끌었다. 60년대 인디 레이싱 시리즈에 사용했다고 한다 

클래식카 및 다양한 자동차 보관 및 유지 관리를 해주는 독일의 마일렌베르크(Meilenwerk)처럼 자동차 보관사업에 특화된 업체의 메리트는 날로 증가 중이다. 클래식카와 소장용 자동차의 수요층이 다양해지면서 보관을 겸한 자동차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시애틀 중심가에 위치한 자동차 보관 및 자동차 마니아와 열성 드라이버를 위한 멀티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THE SHOP(이하 더숍)에 다녀왔다.


더숍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자동차 문화 컨셉트를 살려 마니아 친목 도모와 오너의 DIY 관리에 특화시켰다 


도심에 자리 잡은 마니아들의 아지트
미국에서 자동차는 생활의 필수품인 만큼 운전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운전이 필수인 환경, 오랜 기간 진행된 핵가족화, 개성이 뚜렷한 개인주의 문화 등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탈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클래식카 혹은 희귀한 스포츠카 애호가들에게 자동차는 하나의 소유물을 넘어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애정가득한 물건. 차고가 있는 주택 문화가 보편적인 미국에서도 여러 대의 차를 소유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자동차 보관고라고 하기에는 캐주얼함이 느껴진다 

​또한 환경이 여의치 않은 때도 곤란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여러 차를 두루 즐길 만큼 컬렉터라면 본인이 직접 하는 관리 외에도 전문가의 손길을 원하고 다른 동호인들과의 교류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 더숍은 이런 자동차 마니아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자동차 보관소이자 시애틀 지역 마니아에게 손꼽히는 아지트로 자동차에 관련된 멀티케어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VIP 전용 비밀 라운지. 1920년대 미국 금주령 시기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모티브로 했다. 더비(Derby) 레스토랑에서 식사와 주류 서빙도 가능하다 

​이곳은 자동차 보관 서비스를 비롯해 회원제로 운영되는 라운지, 자가 정비 피트, 실내 세차장/디테일 숍, 클래식카 복원 서비스, 레스토랑, 지역 오토쇼 주최 등 자동차 마니아들의 사랑방으로 주목받는다. 시애틀 지역에는 몇몇 자동차 보관업체가 있는데 각 업체가 지향하는 컨셉트가 조금씩 다르다. 더숍은 번잡한 다운타운에 위치한 업체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자동차 문화 컨셉트를 추구한다. 마니아의 친목 도모와 오너의 DIY 관리를 특화시켜 젊은 세대들이 밀집된 다운타운의 장점을 살린 업체이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좋아할 만한 개성적인 소품으로 가득한 기념품 코너


다양한 회원전용 시설 갖춰


더숍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인 더비 레스토랑은 각종 식사와 주류를 제공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업 중이다 

취재를 나서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자동차 보관업체라는 생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보관업체가 도심 외곽이나 상업 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취미로 즐기는 차들은 주말에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나들이 겸 드라이빙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산한 곳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숍의 총괄 매니저인 에디 골스키(Eddie Gorski)와 만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더숍은 단층 건물 두 개의 대형 창고가 연결된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앞쪽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펍(주점)을 연상케 하는 인더스트리얼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술을 파는 주점이 아닌,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지역 커뮤니케이션의 장소이자 오락공간인 펍의 이미지에서 더숍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토를 느낄 수 있었다.

당구대와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갖춘 라운지. 일반적인 자동차 보관업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소셜 공간을 제공한다 

정문을 들어서자 편안하지만 특별한 펍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깨끗한 로비와 실제로 운영 중인 더비(Derby) 레스토랑, 기념품 섹션, 로비에 전시된 60년대의 RAI 스캐럽 F1 레이스카는 필자가 가지고 있던 자동차 보관소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를 깔끔히 잊게 했다. 더숍은 순수 회원제로 운영되며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특화된 정보 및 기술 시연, 컨퍼런스 및 오토쇼 행사를 유치하기도 한다. 자동차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커뮤니티 개념의 소셜 클럽을 지향한다.
​이발소 등 마니아를 위한 부대시설과 서비스 제공으로 자동차 보관소라는 이미지를 탈피한 신선한 곳이다 

보관소를 방문하기 전 여러 회원전용 시설을 둘러보았다. 동호회 미팅을 위한 컨퍼런스룸과 당구대, 레이싱 시뮬레이션을 비치한 휴식 공간, 책장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라운지, 이발소, 시가숍 등이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필수 부대시설을 갖추어 그들이 말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복원을 기다리는 오스틴 로드스터 

​더숍의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전문화된 공간을 표방하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클래식카 복원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보관소와 클래식카 복원숍을 함께 운영한다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복원숍의 총괄인 엘리엇 토일러(Elliot Toiler-Scott)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운영 중인 클래식카 복원숍은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우승차를 여러 차례 작업했던 수준 높은 장인의 주도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 위탁된 차들을 복원하는 회원제 숍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50년대 포르쉐 356과 재규어 XK140의 판금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관되는 차들은 가급적 브랜드와 연식별로 나누어 보관된다. 마치 개인의 포르쉐 컬렉션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24시간 최상의 컨디션으로


더숍만의 특별한 맞춤 서비스로 클래식카 리스토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의 책임자인 엘리엇은 여러 최상급 자동차를 복원하는 마스터 리스토어 스페셜리스트다. 필자가 방문할 당시 포르쉐 356과 재규어 XK140 보디 파츠를 제작 중이었다 


메인 보관소는 두 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VIP 회원과 일반회원용으로 나뉘는데, VIP 회원은 실내 세차장, 디테일숍, 자가 정비시설 이용이 가능하며 여러 대의 리프트가 갖춰져 있다. 회원 중 상당수가 자가 정비를 배우고 싶어 하며, 자동차 관리를 주제로 하는 시연도 이루어진다. VIP 보관소의 차들은 주기적인 내외관 디테일링 서비스 외에도 배터리 방전 방지를 위한 관리 및 연료 보충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이 원한다면 24시간 언제든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고가 가능하도록 항상 준비한다고 한다.

​더숍만의 특별한 맞춤 서비스로 클래식카 리스토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의 책임자인 엘리엇은 여러 최상급 자동차를 복원하는 마스터 리스토어 스페셜리스트다. 필자가 방문할 당시 포르쉐 356과 재규어 XK140 보디 파츠를 제작 중이었다 

​일반회원 보관소에는 2층 리프트들이 한가득 있어 마치 미니카로 가득한 쇼케이스를 보는 것 같았다. 대형 주차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는 차종별, 브랜드별로 구분되어 있어 마치 대형 컬렉터의 컬렉션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멤버 전용 자가 정비 설비와 세차 시설. 전문적인 테크니션이 상주하며 자가 정비 시연 및 체험행사도 열린다 

클래식카 소유뿐 아니라 관리 및 보관까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더숍을 보고 나니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애호가들이 많다는 사실에 미국 자동차 문화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차일수록 오너 스스로 관리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더라도 보관만큼은 신경 써야 하고, 스포츠카나 취미용 차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숍은 여기에 지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까지 더해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동차 마니아의 성지라 불릴 만큼 멋진 공간이었다.


interview
더숍 매니저 에디 골스키 Eddie Gorski

Q1. 더숍을 보고 난 후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보관 서비스 업체라는 기준이 바뀌었다. 자동차 보관에만 중점을 둔 업체와는 차별되며 새로운 컨셉트의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거 같다. 더숍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A.
더숍은 보관이라는 서비스에 충실하면서 애호가, 컬렉터들의 소셜 클럽 역할을 담당하는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동차 취미라는 것이 오너 혼자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며 개인 차고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기 힘든 취미라는 인식을 바꾸고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차고 등 개인 공간을 벗어난 커뮤니티 개념의 허브로 거듭나고, 자동차라는 매개체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사업 모토라고 할 수 있다.

Q2. 자동차 보관소라고 하면 대부분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거나 자동차를 취미로 즐기는 고객이 많은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시내의 중심가에 위치하는지 궁금하다.

A.
지금까지 자동차 취미와 관련된 활동이 대부분 도심 외곽에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소장용 자동차 수요층의 나이나 주거환경을 고려하면 이쪽이 유리할 수 있다. 여러 컬렉터와 마니아층을 분석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층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줄어듦을 알 수 있었다. 시대적으로 그들이 자동차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근 20년간 시애틀 지역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IT 공룡 기업의 허브로 바뀌었고 이들의 주축은 대부분 젊은 세대이자 고소득층에 속한다. 다운타운에는 여러 대기업이 있고 이들 중 대기업 임원이나 사업가 등 자동차 컬렉션에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성향을 분석하고 장소를 선택하게 되었다.

Q3. 더숍에 주로 위탁되는 자동차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대부분 소장고라 하면 클래식카나 보관이 따로 필요한 차들이라고 생각되는데, 실제로 어떤 차들이 이곳을 찾는지 궁금하다. 지향하는 컨셉트에 따라 자동차의 상태나 모델에 제한을 두는지도 궁금하다.

A.
좋은 질문이다. 이곳에 보관되는 자동차의 고객은 대부분 취미용 차를 여러 대 가진 고객이다. 최소한 두 대는 집에 두고 나머지 차들을 여기다 보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 고객층의 소득이나 생활환경을 고려하면 장기 보관보다는 시즌별 자동차를 번갈아 가며 보관하는 패턴이 일반적이다. 컨버터블은 겨울에 보관하고 여름에는 다른 차를 위탁하는 그런 패턴이다.
고객이 좋아하는 자동차라면 아무 차나 보관할 수 있다. 우리는 자동차 취미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 차종에는 편견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너가 좋아하고 보관이 필요한 차라면 어떤 종류라도 상관없다. 단, 멤버십 가입 절차나 보관료 등을 생각한다면 아끼는 차 혹은 값어치 있는 차를 위탁하는 경향이 크다.

Q4. 더숍의 사업 방향과 앞으로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나?

A.
자동차를 매개체로 한 보관 사업과 지역의 자동차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비즈니스가 되고 싶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자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훌륭한 매개체라 본다. 현재 텍사스 주의 댈러스에도 분점을 늘리는 중이다. 과거엔 제한적이었던 자동차 취미를 주변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뤄 함께 즐기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이다.


글·사진 장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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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