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모자 비극 없도록 9대 개선대책…최초 부양의무제 폐지

근본적 원인분석 하고 현장 목소리 수렴해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시스템 종합개선
‘부양의무제’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부터 선제적 폐지…소득‧재산기준만으로 지원

서울시가 작년 말 발생한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기존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시스템을 재검토하고, 다양한 복지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9대 종합 개선대책을 내놨다.


방배동 모자는 부양의무자 제도(조사거부)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주거급여(약 28만 원 월세보조) 외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같은 추가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또, 건강보험료가 장기간 연체됐지만 수급자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기존 제도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여겨서 명단에서 제외되고 있다. 주변이웃 등 복지공동체를 통한 서로 간 보살핌의 미흡, 현장인력의 적극적인 방문‧상담 부족도 원인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한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부터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폐지한다.


또, 앞으로 서울시내 모든 위기가구를 1~4단계로 나눠 자치구가 최대 월1회 방문 모니터링한다. 고립‧방치 가능성이 있는 어르신과 중장년 1인가구 등의 위기를 신속하게 감지‧지원하기 위한 ‘3종 스마트 발굴시스템’도 도입한다.

6개 단체에 산재되어 활동하고 있는 약 11만 명의 지역복지공동체도 통‧반장, 우체국 집배원 등 생활업종 종사자들로 구성된 ‘명예사회복지공무원’과 통반장 등 ‘이웃살피미’ 2개 체계로 통합 개편한다. 동(洞) 단위로 구성된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서울시는 '14년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통해 복지 패러다임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 매년 발굴‧지원에 있어 큰 증가세를 보이며, 작년 한 해 총 49만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74만 건의 지원을 펼쳐왔지만 다시 안타까운 비극이 발생한 만큼, 기존 제도와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개선한다는 목표다.


이번 대책의 기본 축은 ‘기존 복지제도의 개선, 촘촘한 발굴강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 및 주민참여, 현장인력의 역량 강화’이다. 3대 분야(발굴‧지원‧개선) 총 9개 세부 개선과제*로 추진된다.

첫째,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제’를 전면 폐지한다. 정부가 '22년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시가 우선 폐지하는 것.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자격에서 탈락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부양가족이 있어도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생계비 등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해 작년 12월 31일 보건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했으며, 사회보장제도 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폐지를 시행한다.

'22년 전면폐지 예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보다 조기에 폐지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사회복지 안전망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 방배동 모자 사례를 통해 공공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라도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개선한다.

그동안 자치구별로 제각각이었던 위기가구 방문 모니터링은 위기정도에 따라 1~4단계로 설정해 자치구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한다. 자치구는 각 위기 단계별로 계획을 수립하고, 위기 정도에 따라 월1회에서 연1회까지 방문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1단계는 위기도가 가장 높은 가구로 월 1회 이상 방문한다. 2단계는 분기별 1회, 3~4단계는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방문한다. 가구 여건 개선과 악화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해 위기도를 변경‧관리한다.

위기가구는 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통해 받는 신규 대상자(수급탈락자, 공과금 체납자 등)와, 공공지원을 받고 있어 여기에서 제외됐던 기존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모두 아울러 방배동 모자 사례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현재 위기가구 발굴‧관리는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통해 단전‧단수‧공과금 연체 등 정보를 제공받아 각 자치구에서 방문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보내는 명단은 기존에 공공지원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등을 제외한 ‘신규’ 대상자만 포함돼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나아가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수급자나 차상위 가구도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에 개선 건의완료했다.

서울시는 지역별 편차로 인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25개 전 자치구의 모니터링 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통합관리한다.

코로나19로 대면돌봄이 제한되면서 사회적 고립위험도가 높아진 어르신 가구 등에 IT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스마트 복지발굴시스템 3종’(▴취약어르신 IoT 안전관리 솔루션 ▴스마트플러그 ▴안심서비스 앱)을 도입한다. 예컨대 전력사용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일정 시간 전혀 없는 상황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대응하는 내용이다.


취약어르신 IoT 안전관리 솔루션(어르신, *확대) : 만65세 이상 독거어르신 등 가정에 IoT 기기를 설치해 비대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기존 1만 가구에 더해 1월부터 2,500가구를 추가로 지원해 총 12,500가구로 확대한다. 일정시간 동안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거나 온도‧습도‧조도 등에 이상이 있을 경우 현장담당인력(생활지원사)에게 알림이 간다. 전화나 방문을 통해 즉시 확인 후 위험상황시 119에 신고 등 신속하게 대응한다.


스마트플러그(중장년 1인가구, 신규) : TV 등 전자기기 플러그에 부착해 전력사용량을 감지하고, 일정기간(24~50시간) 전력량이나 조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현장담당인력에게 즉시 알림이 간다. 올해 1월부터 고독사 위험 가구로 분류된 중장년 1인가구 3,102명을 대상으로 새롭게 시행한다.

안심서비스 앱(기타 고위험군, 신규) : 24시간 동안 핸드폰 사용이 없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보호자나 동주민센터 직원에게 위기상황 문자가 발송되는 방식으로, 신규 앱을 개발‧출시해 2월부터 시행한다. 시는 우선 스마트플러그를 설치하지 않은 고독사 위험 중장년 1인가구 등 21,000명을 대상으로 하고, 점차 관리 대상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셋째, 현재 어르신, 장애인 및 만 50세 이상에게 가사‧간병, 식사지원, 동행지원 같은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SOS서비스'의 이용자 기준도 대폭 완화한다. ’21.1월부터 자격기준 탈락자도 긴급한 위기상황일 경우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며, 비용지원 자격확인*을 위한 소득조회에 시간이 걸리거나 애매한 경우 ‘선지원 후검증’을 적극 시행해 우선 지원한다.

넷째, 동네와 이웃 사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지역주민들이 위기가구 발굴 주체로서 보다 실효성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 개로 산재돼있는 총 11만 명의 주민 복지공동체를 2개(▴명예사회복지공무원 ▴이웃살피미)로 통합해 운영한다. 동단위에 구성돼 있는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컨트롤타워가 돼 총괄 운영한다.

명예사회복지공무원(약 10만 명) : 동 주민조직 위원, 우체국 집배원, 편의점 등 생활업종에 종사자들이 업무 중에 알게 된 위기가구 사례를 신고하는 역할을 한다.

이웃살피미(약 8,600명) : 통‧반장, 이웃 주민 등이 주민관계망 형성을 통해 위기가구를 모니터링하고 공공지원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민공동체 활동과 더불어 일상적인 거리순찰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도 확대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내몰리고 노숙자가 된 취약계층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 거리순찰‧상담 인력도 현재 2개 자치구(중구‧영등포구) 23명에서 14개 자치구(중랑‧서초‧강남구 등) 46명까지 늘린다. 방배동 모자의 발달장애 아들은 어머니의 사망 이후 거리에서 구걸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째, 최일선 현장에서 위기가구 발굴‧지원을 담당하는 동주민센터 복지인력이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 컨설팅과 교육을 강화한다.

공공‧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위기대응 광역컨설팅단’을 4월부터 운영해 해결이 어려운 다양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한 신속한 컨설팅에 나선다. 서울시 전체 사회복지직 공무원 4,784명을 대상으로 연간 8시간 교육도 의무화해 현장 대응력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복지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위기대응 광역컨설팅단’은 예컨대, 알콜중독으로 생명이 위험할 정도지만 본인이 강하게 지원과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자녀가 뚜렷한 발달장애 증상이 있음에도 부모가 장애등록을 거부하는 경우 같이 담당자가 바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사례에 대해 현장방문 등을 통해 구체적인 구제방안을 컨설팅해준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방배동 수급 모자 가구의 비극은 코로나19 상황이 변명이 될 수 없는, 안타까운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이다. 다시 한 번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서울시는 보다 촘촘한 공공의 복지망을 가동해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개선하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스마트 복지로 사각지대 시민을 발굴하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의 온정을 실현하는 복지로 위기에 놓인 시민을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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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