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정책 '포스트코로나' 발맞춰 변화…올해 6대 사업 공개

서울문화재단, 올해 총 1,079억 원 투자해 코로나 직격탄 예술계 회복 넘어 미래 준비
전시 등 결과물보다 과정 중심으로 지원 패러다임 전환…신청‧정산 사이트도 구축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변화에 발맞춰 올 한 해 역점을 두고 전개할 6대 문화예술 주요 정책사업을 발표했다. 총 1,079억 원을 투자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사 위기에 처한 문화예술 생태계와 사실상 멈춰버린 시민들의 문화활동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되,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포맷도 적극 지원한다. 이를 위해 사업기획부터 지원내용, 축제 개최방식 등에 이르는 정책 전반을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했다.

우선, 대면활동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그동안 작품, 전시 등 결과물 중심의 지원을 창작활동 과정과 기반 중심으로 전환한다. 창작 구상과 준비를 돕는 '리:서치'는 지원금을 기존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해 300명에게 지원한다. 공간 임차료 지원도 기존 작업실, 연습실, 복합문화공간 등 공간의 구분 없이 최대 1,000만 원을 실비 지원한다.


▲ 2021년 6월 개관하는 '예술청' 조감도


▲ 폐 김포가압장을 재활용한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서울시의 모든 예술지원사업을 한 눈에 보고 신청부터 보조금 교부 이후(정산, 성과보고 등)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체 사이트 ‘서울예술지원시스템(SCAS)’도 새롭게 구축, 22일(월)부터 가동한다.

서울연극센터 등 서울문화재단이 보유한 장르별 창작공간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인플루언서가 멘토로 참여해 예술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새롭게 시작한다. 유망한 신진 예술가들을 선발해 작품 준비부터 실제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약 1년여에 걸쳐 긴 호흡으로 전문적인 육성에 나선다.

서울의 대표 축제인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코로나 시국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광장 같은 대형 공공공간에서 다수가 모여 개최하던 방식 대신 서울 전역으로 분산해 소규모로 열고, 축제 시기도 각종 행사가 집중되는 10월 대신 8월 말~9월 초로 앞당긴다. 대학로도 (구)동숭아트센터가 6월 말 협치형 공간인 ‘예술청’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새 시대를 연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6대 문화예술 주요 정책사업을 추진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예술가와 시민들에게 예술로 따뜻한 힘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6대 주요 정책사업은 ①위드 코로나‧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는 창작지원 ②예술지원사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서울문화예술지원시스템(SCAS)’ 도입 ③과정 중심 예술가 육성 사업 ④청소년부터 전문가까지 맞춤형 융복합 창‧제작사업 ⑤‘서울거리예술축제’ 새로운 모델로 전환 ⑥대학로에 예술인 참여형 거버넌스 공간 ‘예술청’ 개관이다.

첫째, 코로나19로 내‧외부적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창작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3월8일(월)부터 총 19.6억 원 규모의 ‘예술기반지원사업’ 공모를 시작한다. 창작준비지원(300만 원), 임차료 지원(최대 1천만 원) 등을 통해 창작구상~준비~진행 전 과정을 지원한다.

창작 구상과 준비를 돕는 ‘리:서치’(구 ‘창작준비지원’)는 300명에게 300만 원의 시상금을 지원한다. 작업실, 연습실,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구분했던 공간지원은 ‘창작예술공간지원’으로 통합해 평균 400만 원(최대 1,000만 원)의 임차료를 지원한다. 기록ㆍ연구ㆍ매개ㆍ실연ㆍ비평 등을 지원하는 ‘우수예술작품기록’ ‘예술전문서적발간지원’ ‘예술인연구모임지원’은 모두 1,000만 원씩 지원한다.

재단은 “예술가 입장에서 지원방식을 단순하게 설계했다. 동시에, 장르별 심사위원 풀을 확대해 전문성을 높이고 각종 제척사항에 대한 확인을 강화해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내 객석 거리두기로 인해 발생하는 공연예술계의 수입 감소를 보완해주는 ‘포르쉐 두 드림(Do Dream) 사이 채움’ 사업도 26일(금) 시작한다. 포르쉐코리아의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포르쉐코리아(대표 홀가 게어만)가 총 5억 원을 기부했다. 소규모 공연예술 단체와 제작사를 우선적으로 선정하며, 35개 팀 내외를 선정해 각각 5백만 원씩 지원한다.

둘째, 서울문화재단은 매년 130여억 원 규모로 계속해오고 있는 예술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지원을 받는 예술가도 편리하게 신청‧정산할 수 있도록 ‘서울문화예술지원시스템(SCAS)’을 구축했다. 22일(월) 오전 10시 시스템을 오픈하며, 3월8일(월) 시작하는 ‘예술기반지원사업’ 공모부터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현재 예술인들은 서울시의 지원사업을 신청‧정산할 때 ‘e나라도움’(기획재정부)과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지원사업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재단은 작년 5월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이후 설문조사, 자문회의, 테스트 등 11차례에 걸쳐 현장 예술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축했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메뉴를 재구성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발했다.


서울문화재단은 향후 ‘서울문화예술지원시스템(SCAS)’을 예술인 커뮤니티, 아카이브, 대관, 예매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 자치구 내 지역문화재단, 장기적으로는 전국 17개 시도 광역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활용되도록 확대를 추진한다.

셋째, 새롭게 선보일 ‘과정’ 중심의 예술가 육성사업은 작품이나 전시 같이 결과물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예술가의 지속적인 ‘개발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간접지원 방식을 선보인다.

문래예술공장(음악‧전통, 시각‧다원), 서울연극센터(연극), 서울무용센터(무용) 등 창작공간에서 총 6개 장르 10여 개 팀(개인 및 단체)를 선발하고, 작품 준비 리서치~연습‧리허설~작품 발표 등 전 과정을 긴 호흡으로 지원한다. 분야별 전문가와 인플루언서로 구성된 ‘파트너그룹’이 전 과정 참여한다.

재단은 장르별로 특화된 창작공간의 장점을 살려 예술가들에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작품 발표 등 결과 중심이 아니라 예술가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육성’ 방식으로 지원 방식을 전환하는 계기로 만든다는 목표다.

서울문화재단은 작년 코로나 상황 속에서 지속가능한 예술창작환경을 만들기 위해 예술인 지원 패러다임을 지원주체 중심에서 예술인 중심으로 개편한 바 있다. 또, 지난 1년 동안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들은 결과 “단기적인 목표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육성으로 방향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넷째, AI 등 디지털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융복합 창작‧제작’을 지원하는 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예술계의 변화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 K아트의 미래 주인공을 키운다는 목표.

서울문화재단의 융합예술TFT를 중심으로 청년예술청(충정로), 서울예술교육센터(용산), 잠실창작스튜디오 등 창작공간에서 세분화된 대상자(10대 청소년, 청년 문화예술인, 기획자‧예술가 등)별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총 116명(팀)이 참여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인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지난해 런칭한 국내외 미디어아트 10년의 하이라이트 전시와 총 7개의 관련 기관들이 참여한 플랫폼인 <언폴드 엑스>의 성공적인 개최 경험을 살려 기술에 기반을 둔 창‧제작 전문가를 키워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권역별 예술교육시설인 양천구 ‘서서울예술교육센터’('16년), 용산구 ‘서울예술교육센터’('20.11.)를 조성·운영 중이다. 예술교육이 학교 안 교실이 아닌 일상 속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예술이 아닌 예술가와 시민이 서로 배우는 ‘공동창작’ 공간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다섯째, ‘하이서울페스티벌’로 시작해 서울시 대표 축제로 자리잡은 ‘서울거리예술축제’는 단절과 고립으로 대표되는 코로나 시대를 위로하기 위해 새로운 축제 모델로 전환한다.

축제가 갖는 현장성은 유지하되 시민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고려해 기존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같은 대형 공공공간에서 벗어나 권역별로 분산해 개최한다. 축제 시기도 각종 행사가 집중되는 10월을 피해 8월 말~9월 초로 앞당기고, 개최 기간은 늘린다.

축제가 권역별로 열리는 만큼 총감독 체제 대신 권역별로 다수의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공동기획형 제작방식을 새롭게 도입한다. 비대면 온라인 스트리밍뿐 아니라 영상으로 예술가와 관객이 실시간 소통하는 체험형 거리예술 콘텐츠도 개발한다.

서울시는 코로나로 인해 택배기사와 대리운전을 하며 삶의 위기에 내몰린 예술가‧기획자‧현장스태프 등 문화산업 종사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기획과정 지원, 계약 등 행정절차를 단순화할 계획이다. 또, 축제 작품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아카이빙과 온라인 배포로 어려움에 처한 예술단체를 홍보해 제한된 장르로 인식돼 왔던 거리예술과 서커스의 대중화에 힘을 쏟는다는 목표다.

여섯째, 예술과 민주주의의 상징공간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과 코로나를 겪으면서 위축됐던 ‘대학로’는 올해 예술가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연다.

대학로의 역사적인 공간인 (구)동숭아트센터(종로구 동숭길 122)는 오는 6월 말 예술가들이 주체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협치형 공간인 ‘예술청’으로 다시 태어난다. ‘예술청’ 지하에는 '22년 상반기에 240석 규모의 중소 규모 공연장 ‘블랙박스 공공’(가칭)이 문을 연다.

 ‘예술청’ 인근에 있는 ‘서울연극센터’는 현재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 중으로, ’22년 6월 재개관한다. 대학로 내 연극생태계와 공존하며 연극인과 시민 관객이 소통하는 참여민주주의 공간으로 운영된다.

 ‘예술청’은 예술가들을 위한 활동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 등으로 조성되며, 민‧관이 함께하는 협치형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공동운영단’에 참여해 예술가 지원사업 등 예술청에서 추진할 모든 사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청’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시도인 만큼, '18년부터 운영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왔다. 지금까지 총 9천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공동운영단’은 공모를 통해 2인의 예술청장과 10인의 운영위원을 선발했으며, 재단 직원들이 함께 참여한다.

서울문화재단은 ‘블랙박스 공공’(가칭)을 현장 예술가들과 함께 극장의 미학적·사회적 가치를 세워나가는 과정 중심의 기획·제작극장으로 만들어간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2년 간 운영해오고 있는 ‘공공극장 거버넌스’를 통해 ‘블랙박스 공공’의 혁신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예술가들의 생존과 활동의 기반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이제 문화예술 지원정책은 외부 환경에 제약받지 않고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주체와 과정 중심’으로 나가야 한다.”라며, “지난해 시도해본 다양한 경험과 지속적으로 현장에서 모은 예술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해는 시민, 예술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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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춘오 기자 다른기사보기